자료실/fashion & news

열혈기자 야생 도전기 ② 연예 기획사, 투자 요구하면 100% 사기

MS model 2009. 12. 3. 08:45

[JES 심수미] 흥미로운 건 아카데미에선 "충분히 연예인이 될 자질이 있다"며 용기를 북돋아준 반면, 연예 기획사는 별 관심을 안 보였다는 점이다. 한 현역 매니저는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말에 "빨리 포기하라"며 싸늘하게 말한 뒤 사라졌다. 그는 "아카데미는 돈을 벌어야 하니까 아무나 연예인 될 수 있다고, 열심히 노력하라고 권하지만 지망생에게 투자해야 하는 기획사 입장에선 리스크를 감수해야 해 보수적이 된다"고 말했다.

↑ 연기학원 MTM의 홍종구 원장

실제로 웰메이드 스타엠나무엑터스, 싸이더스HQ 같은 대형 기획사는 올해 초 경비 절감 차원에서 소속 신인 연기자를 대부분 '방출'했다고 한다. 당장 매출은 안 생기는데 각종 경상비와 레슨비가 든다는 이유에서였다.

소속사에 영입되면 캐스팅부터 기타 관리까지 다 알아서 해주지만 그렇지 못한 지망생들은 스스로 오디션 정보를 수집하는 등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프로필을 돌리고 각종 오디션에 참가하고 기획사를 직접 방문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적잖은 지망생들은 '너를 키워줄 테니 투자금을 내라'는 제안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에이전시든 기획사든 지망생의 돈으로 운영되는 곳은 '먹튀'일 가능성이 높다고 여러 업계 관계자들은 충고했다.

▶ 운칠기삼도 무시 못 해

5년간 캐스팅 에이전시에서 근무했다는 지망생 정보공유 카페 운영자 김모씨는 "한 순간에 주연이 되려고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신인 연기자들이 중요 배역을 맡고 싶은 욕심에 술접대 등 부당한 요구를 묵묵히 참지만 결국 스타가 되고 안 되고는 개인의 역량과 운에 달린 문제라는 것이다.

'꽃보다 남자'의 캐스팅 디렉터 출신인 정상복 아이앤아이 대표는 "캐스팅은 '이미지'가 중요한 만큼 운이 70% 정도 차지하는 것 같다"며 김남길의 예를 들었다. 김남길은 2003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지만 부상 때문에 한동안 쉬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 동기들이 '신비한TV 서프라이즈' 등에서 재연 배우로 소모된 반면 그는 부상 덕분에 오히려 이미지 손상을 입지 않을 수 있었다고 한다.

정상복 대표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기회를 잡기 위해 참을성 있게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스타가 되고 싶다는 조급증 때문에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직시하지 않으면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피폐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이비 매니저·학원 감별법

1. 온라인 오디션 공고가 반복될 때

실력있는 제작자들은 캐스팅 부탁을 거절하기 바쁘다. 온라인에 광고글을 자주 올린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권위와 명성이 낮다는 방증. 지망생들의 개인정보를 얻기 위해, 혹은 참가비를 위해 개최되는 사기성 짙은 오디션 정보를 주의하자.

2. 밤에 1대1로 술 한잔 하자고?

최대한 낮에 사무실에서 만나는 게 정석이다. 밤에 그것도 술을 마시면서 상담하자고 하면 100% 사기다. '나이트클럽에서 실물 미팅을 하자'고 하거나 '꼭 혼자 오라'고 하는 사람도 사이비일 확률이 높다. 지인을 대동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3. 학원이나 에이전시 이름이 자주 바뀐다면

크고 작은 에이전시는 1000여 곳에 달한다. 영세해서 또는 법망을 피하기 위해 회사 이름을 자주 바꾸는 곳도 많다. 복수의 경쟁업체를 방문해 사기 전력은 없는지, 어떤 작품의 PD와 파트너십이 있는지 등을 꼼꼼히 알아봐야 한다.

4. 계약서부터 쓰자고 할 때

간혹 계약서부터 들이미는 곳이 있다. 하지만 섣불리 계약서에 사인했다가 곤경에 처할 수 있다. 여자 지망생의 경우 노출 심한 화보 촬영에 임해야 할 때도 있고 10년 넘는 장기계약 족쇄가 채워질 수도 있다. 스타라면 법적 분쟁으로 풀 여지가 있지만 신인이나 지망생은 고스란히 개인의 금전적·정신적 피해로 직결된다는 점을 명심하자.

5. 화려한 경력을 내세운다면

'내가 혜교를 키웠고, 용준이도 잘 알고…'.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과 연예인의 친분 관계를 드러내는 사람이라면 일단 경계해야 한다. 진짜 스펙이 좋은 매니저들은 겸손하다. 잘 모르거나 실력이 없는 사람일수록 자신을 포장하게 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