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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기자 야생 도전기 ① 연예인 지망생, 나이·외모 불문 열정 있으면 OK

MS model 2009. 12. 3. 08:45

대학 수능시험이 끝나면 문전성시인 곳이 두 곳 있다. 성형외과와 연기학원이다. 요즘 청소년들의 장래희망 1순위는 연예인. 이번주 열혈기자는 연예인 지망생으로 신분을 속이고 6곳의 연기학원과 아카데미를 찾아 상담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상담실장으로부터 성형수술 권유도 받았고, 많은 지망생과 신인 연기자를 만났다. 정직한 곳도 있었지만 지망생들의 지갑을 노리는 '불량' 매니저도 여럿 목격했다. 연예인 지망생으로 살아본 6박7일 잠입 르포를 공개한다.


▶ 아카데미에선 퇴짜 맞을 일 없다

포털사이트에 '연예인 되는 법'을 검색하면 수두룩한 아카데미 연락처가 튀어나온다. 입시 연기가 아닌 방송 연기쪽으로 수강을 문의했다. 방송 연기를 다루는 곳은 스무 곳 안팎. 방송계 캐스팅 능력이 있어야 수강생이 몰리기 때문에 입시학원보다는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었다.

대형 학원과 달리 최근에 생긴 소규모 학원은 별도의 오디션 절차 없이 당일 상담이 가능했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CGT 아카데미.

"이 나이에, 이 외모에 무슨 연기냐"는 핀잔을 들으면 어떡하나, 조바심이 났지만 오산이었다. 박정수 실장은 "본인의 의지와 열정이 중요하다"며 용기를 북돋아줬다. 초급, 중급, 고급 과정이 있으며 모든 수업을 수료하고 실력을 인정받으면 캐스팅 디렉터를 맨투맨으로 붙여준다고 했다. 출연료의 30%를 떼는 조건이었다.

조영준 아카데미에서는 "개성시대다. 예쁘고 잘생기면 물론 좋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얼마든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업한지 한 달 남짓 지난 이 학원의 벽에는 배용준, 송승헌, 박용하 등 톱스타들의 사진이 붙어있었다. 조영준 원장은 13년간 스타들의 위탁교육을 도맡았고 지금도 종종 연기지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아이앤아이 아카데미 정상복 원장은 "국내 20명 정도인 캐스팅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며 자신의 안목과 실력을 믿으라고 당부했다. 하나같이 연예계의 인맥과 경험을 강조했다. 방송계 관련 인맥을 언급하지 않은 좋은배우 아카데미의 경우 자연히 마음이 덜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좋은배우의 강순건 원장은 "기획사형 아카데미들은 연기 실력 향상보다 회사 수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오디션도 웬만하면 합격

아카데미와 달리 대형 연기학원은 오디션이라는 과정이 있었다. 영화배우 명계남이 원장으로 있는 본스타 아카데미의 경우 인터넷으로 신상정보와 프로필 사진을 올려 수강신청을 한 뒤, 오디션을 보는 시스템이었다.

MTM과 스타게이트, 싸이더스 IHQ 캐스트는 전화로 간단한 신상을 묻고 오디션을 받도록 했다. 집에서 미리 연습을 했지만 평가자와 비디오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는 일은 여간 쑥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특기가 있으면 해보라"는 말에 어설픈 요가동작까지 선보였다. 하지만 말이 오디션일 뿐 특별한 신체, 정신 장애가 없으면 합격이었다. A학원에서 6년간 근무했다는 매니저 P씨는 "전화로 합격을 통보하면 수화기 너머로 감격의 환호성을 내지르게 돼있다. 자신이 경쟁을 뚫고 엄선됐다는 기분을 주기 위해 오디션을 보게 하는 측면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스타게이트의 경우 오디션이 끝나자마자 수강생 내규를 읽어주며 모든 사항에 동의한다는 확인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두 번 지각은 한 번 무단결석으로 간주하며 세 번 무단 결석시에는 퇴학"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얼마나 실천할지는 의문이었지만 다녀본 곳 중 가장 학사관리가 엄격한 곳이었다. 철저하게 수강생을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은근히 신뢰감이 들었다. 오디션이 끝나고 자연스럽게 수강료 결제창구로 안내를 받았는데 당장이라도 등록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 피트니스, 성형수술 묶은 패키지

수강료는 대부분 주 3회, 하루 2시간 수업에 월 40만원이 대부분이다. 6개월 코스로 권하는 곳이 많았다. 한 클래스가 10~15명인 만큼 중도 포기자가 나오면 학원 측의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결제와 할부 납부도 가능하다.

커리큘럼은 체력 훈련부터 발음 연습, 판토마임 연기로 채워져 있었다. 물론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것이 주 목적인 만큼 연극 연기와는 조금 내용이 달랐다.

주 3회 수업 외에 별도로 액션 연기, 노래, 춤 등을 특강 형식으로 추가요금을 받고 운영하기도 한다. 학원과 연계된 피트니스센터·성형외과·피부과·치과·사진 스튜디오 등을 할인가격에 소개해준다.

상담실장들은 "모르는 곳에 가면 바가지 쓴다. 특히 성형외과나 스튜디오는 스타들이 찾는 수준 높은 곳으로 소개해 준다"고 말했다.

CGT 아카데미의 박정수 실장은 "기본적으로 수강생들에게 투잡을 권한다. 배우로서의 성공 확률은 낮고 대신 돈 들어갈 일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상복 아이앤아이 대표는 "솔직히 부유층 자녀들이 지망생으로 오래 버틸 수 있다. 그들에게는 1년에 몇 백만원 하는 학원비나 수 백, 또는 수 천만원 드는 성형 및 관리 비용이 큰 부담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출처: 심수미 기자 [sumi@joongang.co.kr]
사진=김진경·이영목 기자 [jin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