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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패션쇼, 세계를 향해 ‘워킹’

MS model 2009. 4. 23. 06:38
한국 패션쇼, 세계를 향해 ‘워킹’
막 내린 ‘서울패션위크’
‘무대위 600초’ 디자이너 운명 좌우
바이어들과 수억원 수출계약 오가
프랑스·홍콩 비하면 아직은 걸음마
한겨레 이정연 기자
» ‘2009 춘계 패션위크’에 참가한 한 디자이너가 지난 30일 패션쇼 행사장에서 중동 바이어와 상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패션쇼가 끝나면 디자이너들은 정신없이 ‘비즈니스 룸’으로 뛰어갔다. 수백명의 관람객 사이를 뚫고 비즈니스 룸에 도착한 디자이너들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상기되어 있었다. 이곳에는 자신이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 ‘작품’을 사줄 바이어들이 기다리고 있고 이들과의 협상 결과에 따라 자신의 성공 여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부터 2일까지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09년 춘계 서울패션위크’ 행사에서 마주한 풍경이다.

국내 최대 패션쇼 행사인 서울패션위크는 1999년부터 막을 올렸다. 처음엔 ‘서울컬렉션션’이란 이름으로 열리다 지난해부터 이름을 바꿔달았다. 이번 행사가 18회째다. 1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파리컬렉션 등 세계 4대 컬렉션에 견주면 규모는 아직 초라하지만, 서울패션위크는 유아기에서 청년기로 성장하고 있다. 디자이너와 모델, 그리고 연예인들만의 행사로 여겨졌던 패션쇼는 이제 신진 디자이너들의 무대 진출 공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은 물론 의류업체와 국내외 바이어 등에게 치열한 ‘비즈니스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번 패션쇼에는 디자이너 39명과 의류 관련 업체 72곳, 외국 바이어 200여명을 포함한 바이어 300여명이 참여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추계 서울패션위크에는 190여명의 바이어가 모였다. 6개월 만에 열린 행사지만 참가 바이어 수는 57%나 늘었다. 일반 관람객도 늘었다. 지난해 10월 6만명에서 16% 증가한 7만명을 기록했다.

패션쇼에서 디자이너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600초’. 이 짧은 시간이 디자이너의 수년~수십년의 운명을 결정한다. 이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바이어들과의 계약이 결판나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들의 생명력은 자신들의 의류 디자인에 달려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금과 제품 유통경로이다.

이번에 패션쇼를 열어 3억5000만원 어치의 옷을 판 디자이너 이도이씨는 신바람이 났다. 그는 “옷을 만드는 비용과 모델료 등을 합해 800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들었다”며 “이만한 비용으로 3억이 넘는 계약을 이뤄낸 건 신진 디자이너들에게는 엄청난 일”이라고 말했다. 패션위크가 아닌 개인 패션쇼를 열기 위해서는 2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간다고 한다. 신진 디자이너에게 서울패션위크는 자신들의 꿈을 이룰 소중한 기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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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차례 열린 서울패션위크에서는 537만달러 어치의 수출 계약이 성사됐다. 서울패션위크 쪽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10% 가량 증가한 600만달러 가량의 수출 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수출 계약이 이뤄지자 업계는 디자이너 의류가 새 수출 품목으로 떠오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동 바이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서울패션센터의 김정숙 과장은 “중동 여성들의 사회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이 지역 바이어들의 참가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바논에서 온 바이어인 샨탈 하브는 “유명 브랜드 위주인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함이 한국 디자이너 의류의 특징”이라며 “지난해 가을에도 3만유로(6천만원) 어치의 의류를 구입해 갔는데 현지 고객들의 반응이 좋아 이번에는 4만유로 어치의 옷을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패션위크는 의류업체와 바이어들로부터 큰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갈 길도 멀다. 우선, 참가하는 국내외 바이어들이 적다는 것이 문제다. 홍콩에서 열리는 패션위크에는 국내외 바이어만 4만명이 몰린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도쿄에서 열리는 패션위크에 일본정부는 300억원을 지원한다”며 “수십억원의 서울지 지원금도 고마울 따름이지만 그 규모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의류 디자이너 단체들이 이해관계가 달라 한 데 모이지 못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서울패션위크가 열리기 전 서울패션아티스트협회는 3월19일부터 21일까지 따로 패션쇼를 열었다. 대중적인 면에서 인지도가 높은 디자이너들이 서울패션위크에는 참가하지 않은 것이다. 한 디자이너는 “이런 식으로 분열되면 한국 패션 산업은 크게 발전하지 못할 것”이라며 “패션 관련 단체들이 힘을 합해 패션위크의 규모와 질을 한단계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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