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완 기자가 간다] 패션 모델 1일 체험 '무대위 길 헤매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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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도전 이틀 전, 디자이너로부터 연락이 왔다. "혹시 키, 몸무게가 어떻게 되세요?" "(헉!) 아… 1m87…, (작은 목소리로) 90㎏이요." "(당황스러워하며) 아 그러세요…. 의상이 맞는 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한 번 찾아볼게요." 남성 모델의 경우 키 1m80 후반, 몸무게 60㎏ 중반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키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몸무게가 발목을 잡았다. '과연 내 몸에 맞는 의상이 있을까?'란 걱정으로 밤을 지새운 사이 어느새 디데이(D-Day)가 다가왔다. 초조한 마음으로 현장에 도착했을 때 뜨거운 열기가 온 몸을 감쌌다. 디자이너가 기자를 처음 안내한 곳은 무대 뒤편에 마련된 탈의장. 마침 남성 모델들이 리허설을 위해 정신없이 의상을 갈아입고 있었다. 기자는 남성 모델들의 빼어난 자태(?)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조각 같은 얼굴에 군살 없는 몸매, 그리고 잘 빠진 다리가 초보 모델을 의기소침하게 했다.
디자이너는 기자에게 "학구적으로 생기셨네요"라고 했다. 듣기 좋은 말일 수 있지만 이날만큼은 아니었다. 패션쇼의 컨셉트가 영화 '크로우'처럼 광적인 이미지를 풍겨야 했기에 학구적 이미지는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대(大) 변신이 필요했다. 그래서 베테랑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헤어 디자이너가 투입됐다. 메이크업은 스모키 분위기가 나게 눈가에 어둠을 강조했고, 머리는 위로 세워 세련미를 살렸다. 세팅을 마치고 거울을 봤다. 섬뜩한 악몽에 등장하는 귀신의 모습이 따로 없었다.
모델들이 각자 의상을 점검하던 순간 최종 리허설의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모델들은 무대 감독의 사인에 맞춰 런웨이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기자는 마지막 피날레 무대에 서기로 했다. 워킹을 마친 모델들은 성급히 탈의장으로 달려가 헬퍼들의 도움을 받으며 의상을 갈아입었다. 총 12명의 모델이 20분 동안 의상 2~3벌씩 소화해야 했기에 분주히 움직여야 했다.
20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피날레 무대의 막이 올랐고, 어느새 기자의 차례가 다가왔다. 머리 속은 백지처럼 하얘졌고,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 때 무대 감독이 사인을 줬다. 기자는 당당한 표정으로 무대에 올랐지만 공간이 너무 어두웠던 탓에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실수를 범했다. 그나마 이정표가 되어 준 것은 정면에서 터지는 사진기 플래시. 불빛을 보고 간신히 길을 찾았지만 당황한 나머지 코너를 너무 빨리 돌았다. 사진 기자들은 "포즈 한번 취해 달라"고 사정(?)했지만 기자는 부랴부랴 도망갔다.
디자이너 송혜명씨는 "오늘 이 무대를 위해 100여명이 동원됐다"며 "패션쇼는 20분 만에 끝났지만 패션 트렌드 세터로서 자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 연예사회팀ㆍparas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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