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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의 MVP 콜 해멀스가 알려주는 세상

MS model 2009. 11. 23. 08:03

절망을 희망으로 체인지업
박찬호 선수와 같은 팀에서 뛰고 있어 더욱 친숙한 미국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의 MVP 콜 해멀스가 알려주는 세상의 모든 희망이 사라져도 다시 일어서는 방법.

“부엌 냉장고에서 얼음 좀 갖다 줄래요?” 그동안 수많은 인터뷰를 하며 운동선수를 만나봤지만 다짜고짜 무언가를 시켰던 선수는 없었다. 불쾌한 표정이 드러나려는 순간 그의 이력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냉장고로 쏜살같이 향했다. 지난 2008년 미국 메이저리그 14승 1패에 3.09의 방어율을 기록하고 196명의 강타자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월드시리즈 MVP를 차지한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콜 해멀스가 그 주인공이다.

190cm 장신에 야구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잘생긴 얼굴에 지난 2006년에는 전직 플레이보이 모델 하이디 스트로벨과 결혼을 한 메이저리그 최고의 ‘완소남’ 콜 해멀스. “어깨가 너무 쑤셔서요.” 얼음을 갖다주자 짐짓 미안하다는 눈짓을 하며 대답한다. 사실 이번 2009년 그의 활약은 작년에 비하면 낙제에 가깝다. 지난해 너무 많이 던져 팔꿈치가 많이 상한 데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 중 타구에 어깨를 맞고 발목이 삐는 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야구 선수로서는 치명적일 텐데 그는 담담하게 “어쩔 수 없잖아요. 제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빨리 받아들여야죠”라며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절망’은 ‘절대 망설이지 말라’의 줄임말
절망적인 일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커닝페이퍼를 잔뜩 만들어서 시험 보러 들어갔는데 갑자기 오픈북이 될 수도 있는 거고 전철을 탔는데 사고가 나서 역과 역 사이에 끼여 갇힐 수도 있다. 그렇다고 시험감독관에게 따질 수도, 전철문을 열고 뛰쳐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얼마나 빨리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음을 준비하느냐가 중요하다. 콜 해멀스는 이런 점에서 다른 선수들과 달랐다. 그에게 닥친 시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던 것이다. “작년에 잘 던진 것도 있지만 저 스스로 자신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어요. 공을 어깨에 맞았을 때는 모든 것이 원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그는 절망감에 빠져 있을 겨를이 없었다. 대신 재활훈련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보다 빠른 회복을 위해 철저하게 식이요법을 지켰어요. 공을 던지고 싶어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어요. 하지만 재활훈련 동안은 손에 공을 잡지도 않았어요.” 작년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그는 말 그대로 ‘피땀’ 흘리며 재활훈련에 집중했다. “야구장을 찾는 팬들은 냉정합니다. 잘할 때는 끝이 없을 정도로 사랑과 관심을 주지만 추락하는 선수에게는 칼 같죠.” 그는 이번 부상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재활훈련을 하면서 앞만 보고 달려왔던 저의 지난날을 뒤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앞으로 어떻게 할지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는 점이 저에게는 너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살아가면서 힘든 일을 안 겪는 자는 없을 것이다. 성공하는 사람과 실패하는 사람의 차이는 힘든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느냐이다.

영광의 상처
고등학교 때부터 촉망 받던 선수였던 그는 2학년 때 팔꿈치와 어깨 사이의 상완골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전액 장학금을 제시하며 끊임없이 입학을 권유하던 여러 대학교들은 그해 여름부터 연락이 뚝 끊겼다. “의사가 ‘다른 운동할 생각 없냐?’고 하더라고요. 상완골이 부러졌다가 회복한 사람 중에 투수 생활을 성공한 사람은 없다면서요.” 하루에도 수백 번씩 절망과 좌절을 경험하며 그는 괴로움의 나날을 보냈다. 그랬던 그가 다시 일어서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희망과 절망의 경계에서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야구장에서 맛봤던 관중들의 함성과 응원이었다. “한 번 실패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알 거예요. 얼마나 힘든지를 말이죠.” 회사에서 짤린 뒤 재취업을 위해 있는 줄 없는 줄 다 동원하며 뛰어다니거나 여자 친구에게 이별통보를 받은 뒤 심장이 없어진 것처럼 힘들어하다가 다시 다른 누군가를 만나는 것을 떠올려보라.

운동선수들의 대부분은 재활훈련을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반면에 해멀스는 오히려 재활훈련의 단조로움을 편안하게 받아들였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으로 생각한 것이다. 잠깐 그의 훈련을 들여다보면, 먼저 마운드에 한참 동안 가만히 서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그러고 나서 고등학교 때 코치와 함께 피칭 훈련을 시작한다.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여러 구질의 공을 던져보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그는 몸을 완벽하게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한다. 의사는 해멀스의 부러진 팔을 고정하기 위해 뼈 사이에 쇠심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 쇠심은 그의 팔만 회복시킨 것이 아니다. “수술과 재활훈련을 하는 동안 제가 얻은 가장 큰 성과는 강인한 정신력입니다. 상완골이 부러졌어도 재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재활훈련이 끝난 뒤 마운드에 오른 그의 성적은 야구 관계자들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하고도 남았다.

던져진 공을 잡으려 하지 말라
어렸을 적 해멀스는 뒷마당의 벽에 스트라이크존만한 네모를 그려놨다고 한다. 그리고 테니스공을 힘껏 던져 연속해서 그 안에 10번 들어갈 때까지 멈추지 않고 던졌다. 이 훈련을 그는 오늘날까지도 하고 있다. 어린이 장난이라고? 물론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해멀스는 “훈련하는 데 누구도 필요 없죠. 그리고 때에 상관없이 할 수 있고요. 제구력 훈련에는 이만한 것이 없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마운드에 올라가서는 제 자신을 100%, 아니 그 이상으로 믿습니다. 심판의 입에서 ‘스트라이크!’나 ‘볼’이라는 말이 나옴과 동시에 포수의 글러브에 꽂혀 있는 공에 대해서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습니다. 머릿속에는 ‘다음에 무엇을 던질까’라는 생각만이 가득합니다.” 최선을 다해, 달려라. 그리고 결승선에 도달했다면 끊어진 테이프는 더 이상 신경 쓰지 마라. 당신에게는 다음 경기만이 있을 뿐이다. 

MVP처럼 던져보자
콜 해멀스에게 직접 배우는 기본적이지만 필수적인 특급 메이저리거 투수의 비밀무기

커브볼
중지를 실밥과 나란히 잡고 검지를 곁에 놓는다. 검지는 중지보다 약간 공의 뒤를 잡도록 한다. 엄지가 위쪽으로 회전하도록 던진다. 중지는 스냅을 주어 아래쪽으로 향하게 하고 검지는 던지는 방향으로 한다. 변화구 중 가장 쉽다.
포심패스트볼
검지와 중지를 수직으로 세워 대칭되게 해서 공의 실밥을 잡고 엄지는 반대로 아래를 잡고 던져 공에 역회전을 최고로 걸 수 있다. 공이 역회전하면서 공기마찰로 인해 위로 뜨게 되어 보다 힘있고 빠른 공을 던지게 된다.
서클체인지업
엄지와 검지로 OK 모양을 만들고 나머지 손가락을 공 윗부분의 실밥에 걸쳐서 잡는다. 이때 엄지와 검지를 포개거나 맞닿게 해야 한다. 직구를 던지듯이 팔의 속도를 유지한다. 속도가 떨어지면서 아래로 공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