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스테롤 덩어리라고? 달걀 오해와 진실
요즘 고기 값이 크게 오르면서 돼지고기나 닭고기 등 육류 소비량이 줄어들면서 비슷한 영양을 갖고 있으면서 비교적 저렴한 달걀 소비량이 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동맥경화나 심장병, 뇌졸중 같은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콜레스테롤 때문에 달걀을 자주 먹어도 되는지 불안해하는 이들이 많다. 이번 기회에 올바른 달걀 섭취 요령을 자세히 알아보자.
달걀은 구하기 쉽고 저렴할 뿐만 아니라 영양까지 풍부한 식품이다. 우선 단백질이 쇠고기보다 더 많이 들어 있다. 보통 달걀 두 개에는 단백질이 12g이 들어 있는데,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의 30% 정도에 해당하는 양이다.뿐만 아니다. 칼슘도 우유보다 50% 많고 철분은 시금치의 2배나 되며 콜린이라는 성분이 풍부해 뇌를 보호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미국 듀크대학에서는 달걀이 태아의 뇌기능 발달과 성장기 어린이의 뇌 성장을 돕고, 노인들의 기억력 향상과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달걀 한 개에 들어 있는 콜린은 150mg으로 쇠고기의 4배, 우유의 25배나 된다.또한 달걀에는 성장에 필요한 라이신, 트립토판, 메티오닌 등 필수아미노산이 모유 다음으로 많이 들어 있다.
이 때문에 달걀 하면 성장기 어린이나 임산부에게 좋은 식품으로 꼽힌다.하지만 달걀에 함유된 콜레스테롤은 250mg.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하루 콜레스테롤 섭취량 300mg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런 이유에서 달걀을 일주일에 몇 개 이내로 먹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별 상관이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혼란스럽기만 하다.
예전에는 달걀, 특히 달걀노른자에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 있다는 이유로 고콜레스테롤혈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내인성 콜레스테롤, 즉 우리 몸의 간에서 만들어지는 콜레스테롤 증가가 고콜레스테롤혈증의 중요한 원인으로 밝혀지면서 식품 중의 콜레스테롤보다는 포화지방산 과잉 섭취가 더 큰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식생활클리닉 '건강한 식탁'을 운영하고 있는 영양학 박사 이미숙 원장(서울여대 식품영양학과 초빙교수)은 "달걀의 경우에는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몸 안에서 콜레스테롤을 합성할 때 필요로 하는 포화지방산이 매우 적기 때문에 실제로 달걀을 섭취한 후 콜레스테롤 수치를 검사해도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음식으로 섭취되는 콜레스테롤이 10~30%라면 나머지 70~90%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부산물에 의해서 간에서 만들어진다. 또 음식으로 섭취하는 콜레스테롤은 30~50%만 장에서 흡수되고 나머지는 대변으로 배설된다.우리 몸에는 콜레스테롤을 많이 섭취할 경우 섭취량의 10% 이하만 장에서 섭취하도록 조절하는 자동조절 시스템이 작동한다.
그래서 콜레스테롤을 많이 섭취해도 사람들의 70%는 콜레스테롤이 상승하지 않고, 30%만 조금씩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진다. 즉 10명 중 7명은 콜레스테롤에 비반응자라 웬만큼 섭취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달걀이 콜레스테롤을 높이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달걀노른자에 들어 있는 레시틴 때문이다.
"달걀에는 콜레스테롤이 많은 동시에 레시틴이 풍부하기 때문에 섭취해도 고콜레스테롤혈증의 원인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미숙 원장의 설명이다.레시틴은 필수지방산인 비타민 F와 인, 콜린, 이노시톨이 결합된 복합물질로 혈중 콜레스테롤을 분해해 에너지로 전환시킨다. 때문에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추고 간에 지방이 쌓이는 것도 막아준다.
전문가들이 '달걀을 먹을 때 흰자와 노른자를 함께 먹으라'고 말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참고로 저밀도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고콜레스테롤혈증은 고지혈증에 속하는 여러 가지 지질이상 중 하나이고, 고지혈증은 저밀도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중 한 가지가 높거나 둘 다 높은 경우를 통틀어서 말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달걀 섭취량은 하루 한 개.
건강한 상태라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으로 조절되기 때문에 하루 한두 개의 달걀은 먹어도 괜찮다. 심지어 다섯 개 정도의 달걀을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만 하버드 의대 연구팀은 중년 이후 남성은 한 주에 달걀을 일곱 개 이상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권고하고 있다.
40~86세 2만 1327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당뇨를 앓지 않는 남성이 한 주에 여섯 개까지 달걀을 먹는 경우 사망위험을 높아지지 않는 반면 일곱 개 이상의 달걀을 먹으면 사망 위험이 23%가량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당뇨병을 앓는 남성은 달걀을 먹는 것만으로도 향후 20년 안에 사망할 위험이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심근경색증에 의해 사망할 위험이 매우 높았다.연구팀은 "하지만 달걀의 어떤 성분이 사망 위험을 높이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며 "건강한 사람이 일주일에 여섯 개 이하로 달걀을 섭취하는 것은 조기사망 위험을 높이지 않으므로 굳이 달걀을 멀리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14년간 30세 이상 남녀 1만 명을 대상으로 연구했더니 달걀을 하루 두 개 이상 먹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사망률이 2배나 높았다고 한다. 하지만 남성은 달걀을 많이 먹어도 사망률이 높아지지 않았다.다소 상반되는 부분이 있지만 이런 연구 결과들이 신경 쓰인다면 중년 이후에는 달걀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좋다.
물론 이미 고콜레스테롤혈증으로 진단을 받거나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달걀 섭취를 줄이거나 제한해야 한다. 이때는 포화지방 섭취를 제한하는 것과 함께 콜레스테롤 섭취를 제한하면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빨리 낮출 수 있다.간이나 신장 기능이 나빠 단백질 섭취를 줄여야 하는 사람도 고단백질 식품인 달걀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좋다.
반대로 지방을 줄이면서 단백질 섭취를 늘려야 하는 경우에는 달걀이 이상적인 식품이다. 예를 들어 근육을 만들거나 다이어트를 하는 데는 저지방, 고단백 식품인 달걀이 좋다. 삶은 달걀 한 개의 열량은80kcal 정도로 낮지만 위에 머무르는 시간이 세 시간이 넘는다. 덕분에 포만감을 주어 과식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육식을 삼가야 하는 경우나 완전 채식이 아닌 부분 채식을 하는 경우에도 단백질 결핍을 막기 위해서 달걀을 먹으면 좋다.탈모가 걱정되는 사람에게도 달걀이 좋다. 달걀노른자에는 비타민 B군에 속하는 비오틴 성분이 풍부한데 이 성분이 탈모나 지루성 피부염, 비듬 등을 개선시킨다.
달걀을 먹을 때는 조리법도 고려한다. 저지방 고단백 식사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지방을 사용하지 않는 삶은 달걀이 가장 좋다. 달걀을 삶을 때는 5~10분 정도만 삶는 게 적당하고, 15분 이상 삶으면 유화제일철이라는 화합물이 생겨 흰자와 노른자의 경계 부분이 까맣게 변해버린다.
소화기능이 왕성하고 열량을 충분히 섭취해야 하는 청소년이라면 달걀프라이나 달걀말이, 오믈렛 등 기름을 사용한 요리도 괜찮다. 소화력이 저하되어 있는 노인의 경우에는 부드럽게 조리한 달걀찜으로 먹는 것이 낫다.또한 가능하면 날것보다는 익혀서 먹는 것이 좋다.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줄일 수 있고 달걀껍질에 묻은 살모넬라균을 제거할 수 있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살모넬라균은 열에 약해 70℃에서 3분 이상 가열하면 죽는다. 살모넬라균을 옮기지 않으려면 달걀을 만지기 전후 따뜻한 물과 비누로 손을 잘 씻는 습관을 들인다.아기에게 이유식을 할 때는 달걀노른자부터 먹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이 흰자에 더 많이 들어 있다. 노른자는 6개월, 흰자는 8개월 이후에 먹이는 것이 안전하다.
한 가지, 달걀을 고를 때는 항생제나 성장촉진제를 먹이지 않고 기른 닭이 낳은 것이 보다 안전하다. 무정란보다는 유정란을 고르는 것이 좋다. 유정란과 무정란은 대형 마트나 유기농 가게 등에서는 따로 구분해서 팔고 있다. 또 상온에서 달걀을 보관하는 곳보다는 냉장보관을 한 곳에서 구입하는 것이 좋다. 보관할 때는 껍질 표면의 보호막이 제거되므로 씻지 않은 채 냉장고 문쪽보다는 안쪽에 보관해야 오래 간다. 잘 보관하면 3주 이상 신선도가 유지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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